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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여기 성곽 아래 작은 동네가 있습니다. 잘 다듬어진 골목길을 걷다보면 작은 평상이 보입니다. 따뜻한 햇볕이 드는 날이면 동네주민들이 평상위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를 치루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 보일 겁니다. 사람 사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요? 서서히 저물어 가는 저녁 해를 바라봅니다. 아주 짧은 시간 푸르른 빛으로 바뀌면서 하나둘씩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창가에 비춰지는 주황색 불빛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듯 고즈넉해 보입니다.

‘집’이 먹고 자고 내일의 노동을 위해 쉬는 공간이어야 할 텐데, 언제부턴가 재산을 모으는 수단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함부로 부수고 깨뜨려 다시 짓는 것이 발전이고 희망이라는 이야기가 세상을 휩쓸때, 장수마을에서는 묵묵히 사람과 사람간의 마음을 열고 소통이 차단된 마을을 넘어서려는 노력들이 있어 왔습니다.

‘골목에서는 막혔으면 돌아가면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랍니다. 이처럼 삶의 보금자리로부터 뭔가를 일구려는 노력은, 장수마을의 골목처럼 천천히 돌아가면 될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작은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좀 더 유연함으로 나가려는 노력들은, 아이들의 활력처럼 마을곳곳에 즐거움으로 다시금 피워날 것입니다. 난 몇 달간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귀찮게 했던 낯선 사내의 작업에 마음을 열어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